2026년 중반, 글로벌 리더십 담론을 관통하는 하나의 역설이 있다. AI 투자는 사상 최고인데 성과는 더디고, 리더 자리는 비어가는데 맡으려는 사람이 줄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은 기술, 지정학, 세대라는 세 가지 지각변동이 동시에 조직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내에서도 팀장·리더 역할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언보싱' 흐름이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압박한다. 두 현상은 별개가 아니다. 리더십의 본질이 재정의되는 전환점에서, 임원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통제자'에서 '조율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매체가 인용한 임원 AI 설문에 따르면, AI 투자 50건 중 변혁적 가치를 만든 것은 단 1건이다. 문제의 핵심은 투자 실패가 아니라 리더십 실패다. AI 도입 속도가 매니저의 판단 속도를 앞지르면서, 중간관리자가 새로운 조직 병목으로 떠올랐다.
한 글로벌 컨설팅 기관의 조직 현황 2026 리포트는 이를 구조적 문제로 본다. 기술 도입, 지정학적 불확실성, 세대 교체라는 세 가지 지각변동이 동시에 일어나는 지금, 리더들은 AI 시스템을 부분적으로만 이해한 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같은 시기 CEO 서베이에서도 '리스크 회복력'과 '민첩성'이 리더십 핵심 역량 상위에 올랐다. 기존의 '전략적 사고'나 '실행력'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기업의 AI 도입 속도는 글로벌 평균을 웃돌지만, HR 조직의 AI 역량 측정 체계는 여전히 초기 단계다. 국내외 HC 트렌드 보고서들은 "AI와 인간 인력이 함께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것"을 CHRO의 핵심 과제로 꼽는다.
우리 조직의 AI 투자 중 실제 ROI를 측정하는 프로젝트가 몇 개인가? 측정하지 않는다면, 성공도 실패도 모르는 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의식적 언보싱'은 젊은 세대가 의도적으로 팀장·관리자 직책을 거부하는 현상이다. 리더십 조사기관의 자료에서 Gen Z의 57%가 리더 포지션을 회피했고, 67%가 중간관리직을 "높은 스트레스, 낮은 보상"으로 인식했다. 국내 연구기관은 이를 한국 기업 현실과 연결해 세 가지 원인을 짚는다. 세대 가치관의 변화, 책임과 보상의 불균형, 조직 구조의 경직성이다.
한 글로벌 기관의 Gen Z·밀레니얼 서베이 2026은 이 세대가 승진보다 안정성과 스킬 개발을 우선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리더십 파이프라인 위기의 핵심은 인재 부족이 아니라 리더십 매력도의 붕괴다. 리더십을 '권력 행사'가 아니라 '구성원 성장 지원'으로 재정의하자는 처방이 함께 제시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팀장 기피 현상이 번지고 있다. '임원 승진 포기'에 이어 이제는 '팀장 승진 거부'가 나타난다. 리더십 보상 체계와 역할 매력도의 재설계가 시급한 인사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 조직의 차세대 리더 후보들이 리더 역할을 원하는가, 피하는가? 리더십 포지션의 매력도를 마지막으로 점검한 것이 언제인가?
한 글로벌 기관의 2026 기술 리더십 스터디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언했다. '오퍼레이터에서 오케스트레이터로'의 전환이다. 기술 임원을 5명 이상 두는 조직이 늘면서, 리더십은 '통제'가 아니라 '조율'의 역할로 옮겨간다. 권위는 직함이 아니라 영향력에서 나온다.
매니저에서 리더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로는 세 가지가 꼽힌다. AI 거버넌스 역량의 부재, 지정학적 규제의 변동성, 리더십 준비 경험의 압축이다. 해법으로는 차세대 리더에게 AI 거버넌스, 지정학적 복잡성, 전사적 트레이드오프를 조기에 경험시키라는 권고가 나온다.
한국 기업의 임원 리더십은 여전히 '결단력'과 '추진력' 중심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I가 의사결정의 상당 부분을 맡게 되면, 임원에게 남는 역할은 '판단의 최종 책임자'이자 '인간과 AI 시스템의 설계자'다. 이 역량을 임원 평가에 반영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통제자'로 일하는가, '조율자'로 일하는가? 내가 직접 결정할 것과 위임할 것의 경계를 최근에 다시 점검한 적이 있는가?
"AI가 실행을 맡는 시대에 리더의 유일한 경쟁우위는, 인간과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판단력과,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 자리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상상력이다."